한 명의 오케스트레이터와 AI 에이전트들이 웹사이트를 만든 방식
Zero Human Studio를 만들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작업 방식 자체였다. 이 사이트는 전통적인 의미의 팀 프로젝트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한 명의 사람이 방향을 정하고, 여러 AI 에이전트가 조사, 기획, 디자인, 코드 작성, 검증을 나누어 수행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사...
Zero Human Studio를 만들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작업 방식 자체였다. 이 사이트는 전통적인 의미의 팀 프로젝트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한 명의 사람이 방향을 정하고, 여러 AI 에이전트가 조사, 기획, 디자인, 코드 작성, 검증을 나누어 수행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사람은 모든 세부 작업을 직접 손으로 처리하기보다,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고 결과를 판단하는 오케스트레이터 역할을 했다.
이 글은 AI가 모든 것을 알아서 만들었다는 식의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AI 에이전트가 유용하게 작동하려면 사람이 더 명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방향, 품질 기준, 금지할 것, 사용자 경험의 어색함, 공개해도 되는 표현과 피해야 할 표현을 계속 정해야 한다. 이번 작업은 그 균형을 실험한 기록이다.
사람의 역할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바뀌었다
AI 에이전트를 쓰면 사람이 할 일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는 역할이 바뀐다. 직접 코드를 한 줄씩 쓰는 시간은 줄어들 수 있지만, 어떤 결과가 좋은지 판단하는 시간은 더 중요해진다.
이번 사이트 작업에서 사람의 역할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 사이트가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지 정하기
- 사용자 신뢰와 공개 품질을 동시에 고려하기
- 얇은 도구 페이지와 실제로 쓸 수 있는 도구를 구분하기
- 디자인이 보기 좋은지보다 사용 흐름이 맞는지 판단하기
- 타자연습처럼 손맛이 중요한 기능에서 어색한 부분을 지적하기
- AI가 만든 표현 중 과장되거나 부정확한 부분을 걸러내기
- 최종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품질인지 결정하기
즉 사람은 작업자가 아니라 편집자, 제품 책임자, QA 담당자에 가까워졌다.
AI 에이전트가 맡은 일
AI 에이전트는 반복적이고 넓은 범위의 작업에 강했다. 레포 구조를 읽고, 관련 파일을 찾고, 기존 컴포넌트의 흐름을 파악하고, 구현 후보를 만들고, lint와 build를 돌리고, 브라우저에서 확인하는 식의 작업을 빠르게 이어갈 수 있었다.
특히 효과적이었던 일은 다음과 같다.
- Next.js App Router 구조 파악
- 도구 registry와 동적 페이지 연결 확인
- Markdown 포스트 로딩 방식 점검
- 타자연습 세션 상태와 입력 흐름 분석
- UI 컴포넌트 수정과 스타일 반영
- sitemap, robots, metadata 같은 SEO 구성 점검
- 프로덕션 HTML에서 title, description, canonical 확인
- 빌드 오류와 타입 오류를 반복적으로 해결
이런 작업은 사람이 직접 해도 되지만, 컨텍스트 전환이 많고 지루하다. 에이전트는 이런 지점을 빠르게 처리해준다.
하지만 에이전트만으로는 부족했던 부분
AI 에이전트가 잘못 판단하는 지점도 분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타자연습 UX였다. 기능적으로는 “완료 후 다음 지문으로 넘어간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실제 사용자가 느끼기에는 화면이 끊기고 입력창 포커스가 풀리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이 차이는 자동화된 설명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용자가 직접 “화면 이동하지 말고 포커스를 유지하라”고 지적했을 때, 문제의 본질이 분명해졌다. 연속 입력에서는 결과 화면을 거치면 안 되고, textarea가 disabled 상태를 잠깐이라도 거치면 안 된다. 에이전트는 그 지적을 바탕으로 상태 전환 구조를 다시 추적하고 수정했다.
즉 AI는 많은 실행을 할 수 있지만, 좋은 제품인지 판단하는 감각은 사용자의 피드백과 사람의 기준이 계속 필요하다.
작업 방식에서 배운 것
AI 에이전트 주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큰 요청을 작게 나누는 것이다. “사이트를 좋게 만들어줘”는 너무 넓다. 반면 “타자연습에서 첫 키 입력 시 카운트다운이 방해되지 않게 하고, 완료 후 입력창 포커스를 유지해줘”는 검증 가능한 요청이다.
이번 작업에서 유효했던 패턴은 다음과 같다.
- 먼저 레포와 브랜치 상태를 확인한다.
- 관련 문서와 기존 코드를 읽는다.
- 기능 구현 전에 문제 흐름을 재현한다.
- 수정 후 lint와 build를 돌린다.
- 브라우저에서 실제 사용 흐름을 확인한다.
- 커밋은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단위로 나눈다.
- 프로덕션 기준으로 다시 확인한다.
이 방식은 느려 보이지만, 중간에 잘못된 방향으로 크게 가는 것을 막아준다.
AI 주도라는 사실을 어떻게 공개할 것인가
Zero Human Studio는 이름 그대로 사람의 수작업만을 강조하는 사이트는 아니다. 이 사이트의 많은 기획, 디자인, 개발은 AI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었다. 이 사실은 숨길 필요가 없다. 다만 “AI가 알아서 만든 사이트”라고 말하면 책임이 흐려진다.
더 정확한 표현은 “한 명의 휴먼 오케스트레이터가 방향과 품질 기준을 정하고, AI 에이전트들이 조사와 구현을 보조한 사이트”에 가깝다. 이 표현에는 책임의 위치가 있다. 최종 판단은 사람에게 있고, AI는 실행과 확장을 돕는다.
이 관점은 사이트의 신뢰와도 연결된다. AI를 썼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설명이 정확한지, 정책과 개인정보 안내가 있는지, 사용자가 불편한 흐름을 고쳐나가는지다.
AI 콘텐츠와 실제 경험의 거리감
AI를 활용한 사이트라고 해서 곧바로 좋은 결과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량으로 찍어낸 얇은 글, 출처 없는 주장, 비슷한 문장 구조의 반복, 실제 기능이 없는 페이지는 사용자에게 금방 티가 난다. 그래서 이 사이트에서는 AI를 콘텐츠 양산 도구로 쓰기보다, 기획과 구현, 회고 정리에 활용하는 쪽이 더 맞다.
글도 마찬가지다. 단순 정보 요약보다 실제로 무엇을 만들었고, 어떤 문제가 있었고, 무엇을 고쳤는지 기록하는 글이 더 낫다. 이런 글은 사이트 안에서만 나올 수 있는 고유한 경험을 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운영 방식
앞으로도 이 사이트는 AI 에이전트와 함께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모든 작업을 자동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다음 원칙을 유지하려 한다.
- 기능은 실제로 동작해야 한다.
- 글은 사이트 경험이나 도구와 연결되어야 한다.
- 정책상 위험한 주장은 피한다.
- 사용자 입력, 파일, 개인정보 처리 방식을 명확히 설명한다.
- 변경 후에는 로컬과 프로덕션에서 확인한다.
- 사용자의 불편 피드백은 기능 목록보다 우선한다.
이 원칙을 지키면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코드 생성기가 아니라 작은 팀처럼 작동할 수 있다. 물론 그 팀에는 여전히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마무리
이번 사이트 작업은 AI 에이전트가 웹사이트 제작의 많은 부분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동시에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줬다. 사람은 더 이상 모든 작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을 수 있지만, 무엇이 좋은 결과인지 판단하고 책임지는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Zero Human Studio는 이런 작업 방식 자체도 사이트의 일부로 기록하려 한다. 도구와 글을 만드는 과정, 실패한 UX를 고친 과정, AI 에이전트와 사람이 역할을 나눈 방식을 남기는 것은 이 사이트가 가진 고유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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